첫날이라 김월식 선생님께서 떡을 한가득 사 오셨다. 오랜만에 먹는 시루떡의 소박한 단맛이 좋았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와서 떡을 나누어 먹었다. 하필이면 이 부자연스러운 공간에서. (문화라운지영이라는 공간은 어느 곳도 그림자 지지 않은 것 같은 모양새이고, 나는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공공스럽기 짝이 없는 디자인. 의자는 또 얼마나 불편한가? 소파인지 의자인지 모를 생김새를 하고 있는데, 소파처럼 푹신하지도 않다.)
산으로 간 배 2.0은 작년보다 인원을 10명 더 뽑았다. 반 년 전에는 이 소파 같은 의자에 다 같이 모여앉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사람이 많아서 구석에 있던 의자같이 생긴 의자들까지 동원되었다. 총 인원은 30명. 공간도 꽤 넓은 편이라, 무언가 이야기할 때에는 꼭 마이크를 써야 했다.
김월식 선생님께서 미리 내 주셨던 과제,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한 30초의 실천하기. 이것을 공유하는 것이 자기소개를 겸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상이나 사진으로 실천을 기록해왔다. 영상을 찍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실천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박건영 님
박건영 님은 딱 30초짜리 영상을 준비해오셨다. 영상으로 ‘소리가 없는 바람’을 담아보셨다고 한다. 건영 님의 활동명인 ‘바바’는 혹시 ‘바람바람’의 줄임말일까?
‘저는 바람을 너무 좋아합니다’라는 자기소개가 인상 깊어서 노트에 그대로 옮겨 적어놓았다.
박귀숙 님
박귀숙 님은 늘 걷던 골목을 다른 각도에서 보며 영상과 사진을 찍어보셨다고 한다. 돌담길을 걷고 있을 때 발견한 연탄재에 꽂힌 꽃 한 송이가 귀숙 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옆에는 작게 문구가 적혀있었다. “뜨거울 때, 꽃이 핀다.”
(김월식 선생님께서는 귀숙 님께 숙제를 내주셨다. “따뜻함을 버리세요. 따뜻함은 개나 줘버리세요.”)
성우경 님
“인생, 전 바꾸고 싶지 않아요.”
성우경 님은 숙제를 거부하셨다. 그 대신 우경 님은 인생을 바꾸지 않기 위한 실천으로, 아침에 캘린더를 보며 일정을 확인하는 루틴을 오늘도 반복하셨다. 우경 님은 캘린더를 열고 휴대폰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 한 장을 남겨주셨다.
엄세훈 님
멘토 선생님들께서 엄세훈 님을 우리에게 가장 낯선 직업을 가진 분이라고 소개해 주셨다. 세훈 님의 직업은 응급구조사였다.
세훈 님은 새벽에 러닝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오셨는데, 새벽 러닝이 세훈 님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창민 님
이창민 님은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분이었다. 왜냐하면 산으로 간 배 2.0의 면접이 있기 전에 나에게 이런 문자를 보내주셨기 때문이다.
나는 미치고 싶으며, 반쯤 돌은자가 되신 이창민 님을 응원해 드리고 싶었지만, 혹시나 이분께서 면접에서 떨어지시면 어떻게 되는가.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지 않은가, 걱정하면서 답장을 못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창민 님께서 지원서 접수 확인 요청을 해주셔서 그제야 답장해 드릴 수 있었다. 창민 님은 다행히도 산으로 간 배에 합류하게 되셨다.
창민 님께서는 여러 장의 사진을 공유해 주셨다. 창민 님의 취미는 활쏘기와 커피, 그리고 술이다(어떤 술을 좋아하시냐는 물음에, 창민 님은 ‘근본 있는’ 술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창민 님께서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계신다. 또, 창민 님은 프랑스인 애인과의 결별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애인과 찍은 사진도 공유해 주셨지만 여기에는 업로드하지 않았다. 혹시나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박상현 님
작년에도 참여하셨던 박상현 님. 상현 님은 이 과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셨다고 한다. 상현 님께서는 ‘내 삶을 바꾸는 30초의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삶’이 뭔지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셨고, 적어도 올해의 상현 님의 삶은 패턴을 수집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상현 님은 바닷물이 밀려난 후, 모래 위에 남는 물결의 흔적 같은 것들을 수집하고 계셨다).
오늘 상현 님께서 수집하신 패턴은 편의점 사장님과 직원의 인사말이었다. 두 분의 인사는 상현 님이 편의점에 갈 때마다 반복되는 일상 속의 패턴이었다.
황윤중 님
멘토 선생님들께서 황윤중 님이 대단히 신뢰 가는 목소리를 가지고 계신다고 하시며 모두의 기대를 잔뜩 돋우셨다. 주성진 선생님께서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렇게 설레본 적은 처음이라고까지 말씀하셨다.
윤중 님이 입을 열기 시작하셨을 때, 모두가 귀를 기울였고, 마침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윤중 님은 그 엄청난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셨다고 한다. 이건 꿈이다. 아주 느리고 긴 꿈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모든 게 꿈이라고 생각하면 삶이 가벼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주문을 외우셨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를 위해 녹음해 주시지는 않으셨다. 불면증이 있으신 분들께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김사랑 님
김사랑 님께서는 ‘원래 생각만 해보던 일’을 이번 기회에 해보았다고 말씀하셨다. 그건 얇은 실을 꼬아서 애플워치 스트랩을 만드는 것이었다. 사랑 님에 의하면 직접 만든 스트랩은 판매해도 될 만큼의 퀄리티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내가 만들었다는 데서 오는 애착이 크다고 하셨다.
이근학 님
이근학 님은 본인을 ‘셋팅 중독’이라고 소개하셨다. 영상은 일상에서의 셋팅을 담아본 것이라고 한다.
영상을 찍는 중간에 카톡 알림음이 들리며 셋팅은 깨지게 되었고, 근학 님은 셋팅이 깨지는 것 또한 자신의 일상이라고 설명하셨다. 근학 님께서는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엄한 데로 빠지고, 셋팅을 깨뜨리는 것도 해보려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류진선 님
류진선 님은 흰 종이에 자기소개를 적고 그 종이로 조각배를 접으셨다. 류진선 님께는 안 해본 짓을 해보는 것이 삶을 바꾸기 위한 30초의 실천이었다. 진선 님은 결심하셨다, ‘겁나 솔직해져 보자!’
진선 님께서는 매우 솔직하고 날카로운 자기소개를 하셨다. 진선 님의 활동명은 ‘차분’이었는데, 차분하게 독한 멘트를 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허은경 님
허은경 님은 친구들과 여행하시던 중 카페 안에서 미션을 확인하게 되셨다.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한 30초의 실천하기.’ 허은경 님의 방점은 ‘위한’에 있었다. 자신의 삶을 ‘바꾸는’이 아니라, ‘바꾸기 위한’ 실천.
허은경 님은 신발을 좌우 바꿔 신고 걸어보셨다. 그리고 친구에게 영상 찍는 것을 부탁하셨다. 은경 님께, 이것은 쓰지 않던 근육을 쓰는 일이었고, 내면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씨앗을 심는 일이었다.
홍동민 님
홍동민 님은 문화라운지영으로부터 5분 거리에 있는 사진관을 운영하고 계신다.
“일상적인 것은 위대하다.” 동민 님께는 사진관으로의 출근도 삶을 바꾸는 위대한 실천이었다.
이윤희 님
이윤희 님은 라디오 방송 같은 음성 파일을 준비해오셨다(윤희 님은 전직 DJ 시라고 한다). 윤희 님은 최근 혹사하고 있는 자신을 위해서 이 음성 파일을 만들게 되셨다고 한다.
홍정희 님
앵두를 보며
홍정희
철공소 계단 밑에 수줍게 붉은 앵두
도림로 141번길 빵공장 곁에 서서
외롭게 산으로 간 배
이야기를 담았다
햇살에 볼 붉히며 물오른 작은 콩알
손안에 담아내도 아무도 모르라고
오백 채
기억을 안은
영림단지 뒷골목
박카스 상자속에 놀뫼를 담은 소식
사십 해 지났어도 지금도 생생하다
네 잎의
행운을 담고 떠오르는 물앵두
홍정희 님께서는 직접 쓴 시 한 편을 낭독해 주셨다.
정정은 님
정정은 님은 반려견의 건강 문제로 인해 다른 실천을 고민하실 여유가 부족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정은 님은 한 장의 이미지를 공유해 주셨는데, AI로 제작하신 것이라고 한다(정정은 님께서 말씀하시기 전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놀라운 기술의 발전!). 정은 님의 요즘 관심사는 소통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AI는 정은 님과의 대화를 통해 몇 장의 이미지를 생성해 내었고, 정은 님은 그중 마음에 드는 한 장을 골라 공유해 주셨다. 하지만 김월식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해석하기 쉽고 뻔한 이미지를 만들지 말라고 조언해 주셨다.
이연옥 님
이연옥 님은 요즘 다이어트를 위해 철봉에 매달리신다고 한다.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열심히 하고 계시는 중이다. 연옥 님은 몸이 무거우면 잘 움직이지 않게 되기 때문에, 빨리 날씬해져서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고 덧붙이셨다.
정순보 님
정순보 님은 ‘올리브영에 들어가서 30초 안에 충동구매하기’를 실천 과제로 삼았지만, 결국 실패하셨다. 영상은 온갖 제품들로 가득 찬 올리브영에서 서성거리는 순보 님의 바쁜 시선을 담고 있다.
정순보 님은 안 하던 스타일로 자기소개도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순보 님은 본인을 일흔네 살 먹은 인도 사람이라고 소개하셨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모든 분이 자기소개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오늘 자기소개를 못하신 분들은 다음 시간에 하게 될 것이다.
끝내기엔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을 즈음,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여러 질문들이 오가던 중, 참여자분들 중 한 분께서 나중에 조를 어떻게 짜는지 질문하셨다. 사실 정해진 방법은 없었다. 주성진 선생님께서는 농담 삼아 말씀하셨다. 소정 씨가 사주 전문가이니, 사주를 보고 조를 짜도 되고... 나는 당연히 농담이겠거니 했는데,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편, 김월식 선생님께서는 다음 주 과제를 내주셨다. 어떤 식으로든 절약을 실천해서, 아낀 만큼의 돈을 가져오는 것이다(현금으로). 주성진 선생님께서는 그 돈을 모아서 나에게 복비로 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다. 잠만, 이걸 진짜로 한다고?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