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글을 쓸 때 내 자아를 덜어내고 쓰려고 노력한다. 작년에도 산으로 간 배에서 에세이를 썼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지난주에는 내 가치관이 확연히 덜 드러나는 글을 썼던 것 같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쓰고 싶어졌다. 의견을 좀 덜어내고, 관점도 좀 넓혀보고.
류진선 님께서 지난주 아카이브에 대한 코멘트로 ‘소정님이라는 필터링을 거쳐서 본 제 모습은 이렇군요! 하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코멘트를 보고 내가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이 생각났다. 내가 아무리 객관적이라고 생각해 봤자, 그건 어디까지나 내 사고에서 나를 제외한 것일 뿐이라는 것.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든 나의 사고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날 나는 지각했다. 나는 아직 대학생이고, 6시 20분에 끝나는 수업이 이날 종강하기로 되어 있었다. 마지막 수업이라서 더 일찍 끝내주실 줄 알았는데, 더 오래 진행해 주셨다(이 수업은 원래는 교수님께서 조금 일찍 끝내주시는 편이었다). 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거의 한 시간이나 지각하고 말았다.
나는 김월식 선생님의 강의가 끝나갈 때쯤 도착했다. 빔프로젝터 화면에서는 햇빛을 찍어 먹는 순이(김월식 선생님의 따님이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틀어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몇 번이고 봤었던 영상이다. 이제 여덟 살이 된 순이는 저 화면 속의 모습보다 더 많이 자랐다.
이날 아침에 나는 일기를 쓰다가 청승맞게 혼자 엉엉 울었다. 그리고 월식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그동안 감사했다고, 뭔 죽으러 가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말을 했다. 그때 통화하면서 해주셨던 말씀을 이날 수업에서 월식 선생님은 똑같이 말씀해 주셨다. 삶의 속도는 다 다른 거라고. 예를 들어 사냥꾼은 빠르고, 수도사는 느리다. 그리고 그 모든 삶의 속도를 예술가는 존중한다.
나는 내 삶의 속도를 존중하는데 한없이 미숙하다. 지금도 기말고사 보느라 미뤄놨던 아카이브를 하느라고 나를 채찍질하는 중이다. 읽으면서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글이 진짜 안 써진다(지금은 새벽 한 시가 다 되어 가는 중이고, 나는 월요일 시험공부로 밤을 새워서 미뤄놨던 잠을 오늘 오후 일곱 시까지 잤다). 하지만 밥이 아무리 맛없는 날도, 그것 또한 내가 만든 밥이라고 예전에 월식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되새기며 글을 쓴다. 나중엔 쪽팔려서 지워버리고 싶을지라도.
내가 도착하기 전에 자기소개는 이미 끝났다고 했다. 나 때문에 다시 해달라고 할 수는 없고, 단톡방에 보내주신 자료들을 보고 상상해서 쓰는 수밖에 없다.
박소연 님
박소연 님께서는 ‘미라클 모닝’(일찍 일어나는 것을 멋있게 부르는 말)을 실천하신 것 같다. 일찍 일어나서 하신 일들을 영상으로 담아보신 듯하다. 만약 자기 계발적인 얘기를 하셨다면, 월식 선생님께서는 분명 뭐라고 하셨을 것이다(너무 좌뇌적인 삶이라던가…).
개인적으로는 존경스럽다. 나는 오늘 오후 일곱 시까지 잤는데…
이상은 님
이상은 님께서 무엇을 실천하셨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AI로 만든 것 같은 이미지를 두 장 보내주셨다. 영어 공부를 하신 것일까?
김지영 님
김지영 님도 무엇을 실천하신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내 상상력의 한계.
내용 없는 챌린지를 실천하고 중이신 걸까?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 주 과제였던 ‘절약한 만큼 돈 가져오기’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 류진선 님: 택시를 안 타고 걸어오셨다. 택시비를 아껴오셨는데, 금액이 좀 되는 것 같다.
- 홍정희 님: 감사했던 경험에 대해 소개해 주신 뒤, 그냥 돈을 내셨다. (숙제를 잘못 해오심)
- 이연옥 님: 다이어트를 위해 먹고 싶은 것을 참으셨다. 특정한 음식 하나를 안 먹은 게 아니라 골고루 참으셨다고 한다. 총 만 원을 아껴오셨다.
- 이창민 님: 광역버스 대신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 한 시간 넘게 걸렸다고 하셨다.
- 성우경 님: 만 원짜리 콩국수를 안 사 먹는 대신, 마트에서 콩물을 사서 집에서 국수를 삶아 말아 드셨다. 대략 오천 원 정도 아끼셨다고 한다.
- 박소연 님: 카페에 가는 대신 집에서 커피를 내려 드셨다고 한다.
- 홍동민 님: 멘토 선생님들께서 ‘제일 조금 아꼈을 것 같은 사람’ 손들라고 하셨을 때 손드셨다. 140원을 아끼셨다. 리사이클 자판기를 이용하셨다고 한다. 원리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나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 호종해 님: 진짜로 돈을 제일 조금 아낀 사람은 호종해 님이었다. 밤에 휴대폰 충전을 하지 않고 주무셨다고 한다. 아끼신 돈은 10원. 저녁 즈음에 휴대폰이 방전되니, 일찍 자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하셨다.
- 박상현 님: 상현 님은 돈을 가장 많이 가져온 사람일 거라고 주장하셨다. 아끼신 돈은 오만 원. 낮잠을 두 시간 주무시면서 오만 원어치 노동을 절약하셨다고 한다. 근데 돈을 안 내셨다. 뭐지? 멘토 선생님들께서 숙제 실패!라고 하셨다.
- 이근학 님: 선향을 일주일 동안 안 피우셨다고 한다(선향 피우기는 저번에 말씀해 주셨던 근학 님의 루틴이다). 계산해 보니까 이천 원 정도 아끼셨다고 한다.
- 이시진 님: 원래는 로또 명당에서 천 원어치 로또를 구매하시는데, 그 돈을 아껴오셨다고 한다. 당첨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돈을 가져오신 것일까?
- 김사랑 님: 일주일 치 식비를 아껴보니 만 구천 얼마 나왔다고 하셨다. 하지만 멘토 선생님들의 만류에 의해 하루치 금액만 내셨다(이천 원).
- 이윤희 님: 비싼 프랜차이즈 커피숍 샌드위치 대신에 편의점 샌드위치를 드셨다.
- 정정은 님: 휴대폰 하는 시간을 아끼셨다. 대략 4년 동안 쓸 수 있는 휴대폰 배터리 가격이 9만 원이라, 하루에 66원이라고 치고 일주일 치 금액(약 500원)을 가져오셨다.
- 박은진 님: 롯데백화점에서 윈도우쇼핑을 하시며 삼천 원짜리 탄산수를 사 드시는 것이 원래 루틴인데, 탄산수를 참으셨다고 한다.
- 이상은 님: 공연을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보신다고 한다. 집에서 공연장까지 지하철로 18분 정도 걸리는데, 38분 동안 걸어서 가셨다고 한다. 무지 힘들었는데다가 좋은 자리를 빼앗기셔서 후회하셨다고 한다.
으아 졸려...